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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정신건강복지법 체험수기 공모전 수상작

[가작] Be by our side

  • 작성일2017-07-14 10:12
  • 조회수282
  • 수상자김O현

<Be by our side!>

정신보건사회복지사로 일한 지 3년이 되어간다. 약자도 살만한 사회, 약자와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시작한 일이다. 150명의 정신질환 당사자가 이용하는 기관에서 일하며 짧은 시간이나마 많은 사람을 만나왔다. 조현병, 우울증, 조울증, 강박증 등 여러 어려움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여기 있다. 병명이나 ‘장애인’이란 단어로 나타낼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그 편에 서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A씨는 군대를 제대하고 난 직후인 1993년 5월 1일 처음으로 환청을 듣게 되었다. 노동절. 환청을 처음 들은 그 날의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한다. 불현듯 찾아온 조현병은 20년이 넘는 현재까지 A씨와 함께 한다.

“처음에는 아주 힘들었죠. 혼란스러웠어요. 펌프카를 운전하는 일용직 일을 하고 있었는데 자꾸 옆에서 누군가가 나를 계속 감시하거나 헤치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불안하고 무서워서 일할 수가 없었죠.”

더는 일을 이어갈 수 없다는 판단에 정신과 의원에 들러 진료를 받고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대학병원에 입원하여 7주의 시간을 보내며 안정을 갖는 시간을 가졌다. 퇴원 후에는 지역의 낮 병동에 등록하여 2년을 다녔고 지인의 추천으로 현재의 정신보건사회복귀시설을 이용하게 되었다. 1998년에 등록하였으니 19년의 기간 동안 기관을 이용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가는 외래 진료에서 주는 약도 잘 먹고 사회 활동도 이어가지만, 거리를 걸을 때면 촘촘한 창문 사이로 모든 이들이 자신을 감시한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쪼그라든다. 일을 마치고 혼자 지내는 빌라로 돌아오면 아무도 없는 방, 공중에서 대화를 건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관계망상과 환청으로 표현되는 일이다.

“기관을 이용하니 혼자 있지 않잖아요. 같은 어려움 가진 사람 중에 잘살아가는 모습 보면서 자극도 받고 내가 가지고 있는 어려움을 어떻게 다뤄가며 잘 살아갈까를 배워왔어요. 기관에서 약을 먹고 잠을 잘 자며 일상생활을 잘 유지하는 법도 알려주고 연계해주는 일자리도 많이 거치면서 혜택을 누렸죠. ”

처음 주2일 하루 2시간 일 하던 A씨는 이제 주5일 하루 8시간을 일하고 있다. 새로운 직장인 마트로 첫 출근 하던 2015년 12월. A씨는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 마냥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세상에, 버스 첫차에 사람이 그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어요. 다들 참 열심히 살아요.”

대형 마트의 청소 업무를 하는 A씨의 출근 시간은 새벽 6시다. 출근 시간을 지켜내려면 4시 30분에는 몸을 일으켜야 한다. 열기로 가득한 지하 주차장 청소를 할 때는 노란 유니폼의 등판이 땀으로 범벅이 된다. 그래도 즐겁다고 한다. 내 힘으로 일하고 그 힘으로 일어서는 삶의 경험이 주는 정직한 기쁨이다.

“마트 청소 업무에서는 그래도 제가 제일 젊은 축에 들어요. 잔꾀 안 부리고 열심히 일하니 같이 일하는 분들이 다 좋아해 주세요. 많이 챙겨도 주시고 감사하죠.”

마트 동료들 사이에서 A씨는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 흔한 지각 한 번 하지 않고 일했다. 연세가 있어 힘이 부치는 어르신과 한 팀이 되면 사양치 않고 궂은일을 맡아서 해 왔다. 1년이 지나니 어떤 일이와도 능숙하게 일을 해내게 되었다. 이제는 도움을 청하고자 A씨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러던 중, 언제나 그렇듯 휴게 시간을 가지며 사람들과 담소를 나눌 때였다. 대화의 주제에는 전날의 뉴스거리가 들어섰다. 동료 중 한 명이 운을 뗐다.

“얼마 전에 8살 아이 죽인 그 여자 그거. 정신병자라던데. 조현병인가 거 미친 사람 있잖아요. 정신질환자 저런 사람들은 살아서 되겠어요? 저런 사람들하고 어떻게 세상을 같이 살아. 하여튼 세상 참 위험하고 무서워. ”

평소 대화거리에 한 마디씩 보태던 A씨는 입을 다물었다.

“할 말이 없어요. 나도 잘 난 게 없잖아요. 받아들여요. 그 사람들이 보면 나는 보잘것없고 하찮은 사람이니. 그냥 나도 죽었으면 해요. 그런데 사람이 죽어서는 안 되잖아요. 사람이 살아서 이 세상에 기여도 해야죠. 나도 그러고 싶어요.”

A씨에게 신뢰를 주는 마트 동료들은 아직 A씨가 조현병을 가지고 있음을 모른다. 아마 앞으로도 모를 것이다.

조현병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1%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는 50만 명의 조현병 당사자가 있다. 포항시 인구가 51만 명이라고 하니 적지 않다. 우리가 모르지만 그들은 나의 좋은 친구, 다정한 이웃, 든든한 동료로 함께 하고 있을 것이다. 오해와 편견들로 인해 50만 명의 삶이 부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로 인해 하루의 삶을 성실히 일궈가는 A씨의 상처가 깊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누군가,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A씨의 삶을 응원해 주기를 원한다. 누군가는 “조현병 있는 사람도 같이 살아야지!

  • 담당부서정신건강정책과

  • 전화번호044-202-3857

  • 최종수정일2023년 08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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